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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섬김의 평안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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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편지

 

 

 

16-07-20 08:29

장애를 가진 자녀를 이제 그만 집에서 내 보내세요...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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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chment
첨부파일 DATE : 2016-07-20 08:30:32

내가 처음 장애인들을 섬기는 사역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그 계기 중 하나의 사건은 대전역에서 음식과 돈을 구걸하는 한 장애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우리 일행은 엠티를 가기 위해서 대전역에 있었는데 그 때 거기서 허름한 옷과 어눌한 말을 쓰는 남자 장애 친구를 만낫다. 우리는 그 아이에게 콜라와 햄버거를 대접했고, 나는 그 친구가 집을 나온 친구 같아서 그 친구 집 전화번호를 물어서 받아냈다. 역에서 공중전화를 걸어봤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결국 나는 그 친구를 떠나서 엠티장소인 김천에 도착했다. 그리고 걱정되는 마음에 다시 수화기를 들고 아이의 집에 전화를 했다. 누군가 전화를 받았는데 다행스럽게도 전화를 받은 사람이 그 친구의 어머니였다.

기쁜 마음으로 전화로 아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대전역에 있으니 데리고 가시면 된다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아주 충격적이었다.

내가 데리러 가야하나요?”

무슨......?

이 아이의 어머니는 이어서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우리 아들은 기차만 보면 타고 어딘가로 가버려요... 아이를 찾는 것도 이제는 지쳐버렸어요.”

나는 그래도 부모가 아이를 책임지지 않으면 누가 아이를 책임지겠느냐고.. 말하면서 억지 약속을 받아내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엠티를 마치고 대전역에 돌아와 보니 거기에 여전히 그 아이가 있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서 내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할 일들이 많은 것을 알았고, 부모가 하지 못하는 일을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이 사건이 있은 지가 22년이 지났다. 그리고 장애인들과 삶으로 만나온 시간 역시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가면서 나의 생각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진심으로 말하건대 나는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장애를 가진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의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때 보다는 지금, 조금 더 많은 이해를 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나는 지금 이렇게 어려움 가운데 자신의 자식을 데리러 가지도 못할만한 부모를 보고 비난할 자신이 없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 중에는 부모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또 자녀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아이들을 키울 힘과 능력도 부족하고, 위로받지 못하는 마음에 절망이 겹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때로는 장애를 가진 부모님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은 심정이다.

어머님, 그냥 그 아이를 포기하세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어머니도 자유로와 지세요.’라고... 부모가 생각하는 부모 됨,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모 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도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60이 되고 70이 되어도, 어떤 것이 옳은지, 어떤 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어머니 아버지를 아주 고통스럽게 하는 아들 딸을 품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소명인 양 사시는 그 아버지 어머니에게, 이제는 그만 그 아이로부터 자유해지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 공식이 있다. 그것은 부모의 희생과 불행이 장애자녀의 행복에 묻히는 것이라면 안된다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두었다는 사실 하나로 평생을 지옥과 같은 고생을 하면서 사는 부모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그들에게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이곳의 부모들은 장애를 가진 자녀들에 대해서 성인이 되는 시기까지는 책임을 지지만 성인이 되는 순간 장애를 가진 자녀 역시 독립해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에게 전혀 죄책감도 없다. 왜냐하면 장애를 가진 친구도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고 부모 역시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복지의 수준은 때론 이런 생각을 가진 부모조차도 그런 결단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몰아넣기도 한다.

나는 오늘 이렇게 어쩔 수 없음으로 그 힘든 길을 가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행복도 자녀의 행복만큼 중요합니다. 이제 그만 아이를 집에서 내 보내 주세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말 뒤에 한 가지 단서를 달아야만 한다.

만약 당신의 자녀를 받아줄 복지시설이 있다면 말입니다.’라고 말이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장애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모든 부모들에게 단서 없이 이 말을 할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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