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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섬김의 평안밀알복지재단
생명의 봉사 · 사랑의 봉사 · 섬김의 봉

 

 

기도편지

 

 

 

13-01-22 00:14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진심입니다.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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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내가 평안밀알에서 장애인을 섬기는 사역을 시작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생겨서 너무나도 바빴던 때에 일어난 평생 잊을 수 없는 이야기 이야기이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한 형제님이 있었다. 그 분은 말도 잘 못하고 혼자 걷는 것도 자유롭지 못한 분이었다. 그래서 평소 그 분의 집에 놀러가고 함께 식사도하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많이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는 순간 밀알에서 어떤 중요한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되면서 그 집에 놀러가는 일이 뜸해 졌던 적이 있었다. 내가 가는 것이 좀 뜸해지는 그 때 쯤에 나를 기다리다 못한 그는 나에게 전화를 해서 한 번 놀러오라고 요청을 했는데 한동안 시간이 나질 않아서 그에게 놀러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형제에게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하는 말이 ‘왜 안와요?’였다. 한참동안 찾아가지 못했던 내 죄를 알고 있던 터라 나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전화를 받으면서 ‘형제님 내가 바로 갈께요.’라고 대답하고서는 다른 일들을 제쳐놓고 바로 봉고차에 올라타서 그 형제가 살고 있는 송탄으로 손살같이 달려갔다.
얼마 후 내가 그 집에 도착했을 때에 그는 집에서 혼자 있었다.-사실 그에게는 가족이 있지만 그는 혼자 살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형제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가서 형제의 가정을 축복하는 기도를 했다. 잠시 후 눈을 뜨니 그 형제가 나에게 성경책을 가지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왜 이 분이 갑자기 성경을 가지고 오는가 궁금했지만 잠시 기다렸다. 그는 내게 성경을 가지고 온 다음에 미리 접어두었던 성경의 한 쪽 면을 펴서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는 잠시 어떤 곳인가 궁금해서 쳐다보고 있는데 그 형제는 갑자기 화난 표정으로 그 성경의 한 면을 자꾸 손으로 가리키는 것이었다. 가리키는 곳을 잠시 보니 그 책이 펴진 장은 기독교인들이 잘 알고 있는 고린도전서 13장이라는 페이지였다. 잘 알다시피 이 장의 별칭은 ‘사랑 장’이고 이 장에 있는 핵심 내용은 이미 우리들에게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라는 복음성가로 잘 알려진 바였다.
목회자인 나에게 이 장을 왜 보여주는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형제는 내가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내 앞에서 하고 말았다. 그 형제는 갑자기 자신이 가리키던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 장’을 내가 보는 앞에서 찢어 버렸다. 그 순간 나는 너무나도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성직자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찢는 상상조차 할 수없는 일을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그 형제에게 왜 성경을 찢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사랑이 없어요. 목사님에게 사랑이 없으니까 이 성경책은 필요 없어요.’라고 말이다.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내가 이 형제에게 크게 실수 한 것은 없었다. 잠시 동안 시간이 안돼서 보지 못한 것 말고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충격을 잠시 덮어두고 형제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잠시동안 형제가 겪고 있는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뒤 그를 위해서 기도해주고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 형제가 나에게 한 말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남아있다. 정말로 내게 사랑이 없으니까 성경이 필요가 없다는 그 말은 정말로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대로 목사에게 사랑이 없으면 성경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사실 이 형제는 삐지기도 잘해서 심할 때는 장애 식구들과의 모임에도 일 년이 넘도록 나오지 않다가 다시 나오곤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밀알의 식구로 남아있다. 내 앞에서 사랑이 없기 때문에 성경을 찢어 버렸던 사람이지만 지금까지도 밀알을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히는 것을 봐서는 다른 곳에서는 이만한 사랑을 꾸준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을 잘 못 찾는 것 같다.
나는 오늘 갑자기 오래 전 이 형제를 만난 일과 이 형제와 함께 했었던 추억에 빠졌다. 그리고 이 형제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 이렇게까지 사람을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렇게 부족한 나를 보고 싶어해주고 그리고 지금도 전화를 해서 놀러오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렇게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 말이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가보다.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린도전서 13장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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