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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섬김의 평안밀알복지재단
생명의 봉사 · 사랑의 봉사 · 섬김의 봉

 

 

기도편지

 

 

 

12-09-16 00:15

태풍도 이길 수 있는 즐거움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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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걱정스러운 대형 태풍 볼라벤이 우리나라를 지날 때 많은 사람들은 태풍이 가져올 피해를 예상하고 극도의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 바다에 있는 배를 안전한 곳에 정박하고 바람과 비의 피해를 피하기 위하여 농작물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도시의 곳곳이 비상상황을 대비하는 가운데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이 임시 휴교를 한다고 긴급한 메시지를 부모들에게 전해왔다. 볼라벤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심했던지 나와 아내 역시 긴장된 마음으로 밀알의 장애아동들과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하루 휴원을 할 것을 결정했다. 혹시라도 장애아동들이나 장애 친구들이 심한 바람에 어느 한 곳이라도 상하는 일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렇게 전국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 그 때에 유독 심각성보다는 즐거움에 가득찬 친구들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초등학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태풍이 오는 것이 무섭지만 그것보다는 태풍이 오는 날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놀 수 있다는 것에 상당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어렸을 때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오면 동네 앞에 있는 강이 범람해서 학교에 가지 않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렸던 것을 추억하면서 얼굴에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다행히 볼라벤은 여러 가지 상처를 남기고 지나갔지만 우리늘 별 일 없이 안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볼라벤이 지나간 몇 일 후 또 하나의 일이 생겼다. 그것은 ‘덴빈’이라는 태풍이 또 우리나라를 지나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함께 이 뉴스를 보면서 아내와 걱정하고 있는데 철 없는 우리 아이들은 곧바로 아빠에게 질문을 했다. “아빠, 어제 태풍와서 학교 안 갔는데 내일도 태풍 오면 학교에 안가는 거예요?” 아이들은 간절히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빠에게 묻고 학교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애석하게도 학교에서는 학교에 오지 말라는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기대는 무너졌고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를 했다. 그런데 태풍이 불던 날 오후에 학교에 다녀온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 딸이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를 하고 전화를 했다. 그 내용인 즉, 학교에 갔다 와서 학원에 가야하는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부니까 학원에 안가면 안되냐는 이야기였다. 다른 친구들은 다 안가는데 자기도 안가면 안되냐고 계속해서 나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걱정이 됐지만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버릇이 될 것 같아서 비가오지만 그래도 학원에 가야한다고 아이를 달래서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밀알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좀 일찍 집에 들어왔다. 집에 들어왔는데 마침 막내 딸이 집에 있는 것이었다. 그 때 아내로부터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일이 늦어져서 저녁을 아이들과 함께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고민하던 중 우리 막내 딸이 평소 엄마가 있을 때 먹을 수 없는 ‘라면’을 삶아서 같이 먹자고 이야기했고 나도 그것에 좋을 것 같아서 아이에게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라면이 집에 없었다. 우리 막내는 이 사실을 알고서는 너무나도 라면이 먹고 싶은지 라면을 오겠다고 심부름을 자청했다. 나는 아이에게 ‘지금 밖에 태풍이 와서 비도 오고 바람도 부는데 가게에 가서 라면을 사올 수 있겠니?’라고 물었다. 막내는 괜찮다고 이야기하고는 돈을 받아서 냉큼 라면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아빠한테 하는 말이 ‘아빠 저기 밖에 바람이 불어서 라면 사오다가 넘어질 뻔 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속으로 한 번 크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가 모험을 하면서 다녀온 그 슈퍼가 바로 몇 시간 전에 비와 바람이 불어서 갈 수 없다던 학원이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태풍이 몰고 온 바람과 비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기 싫은 일에 대해서는 가랑비만 와도 핑계거리가 된다. 학원가는 일은 자신의 인생의 먼 훗날에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고, 라면 먹는 것은 몸에도 좋지 않지만 당장 자기 입맛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기에 어린 딸은 라면 먹는 것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아끼지 않았다. 인생은 어린아이와 같은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린 초등학생 딸이 그토록 즐기고 싶은 라면 먹는 것처럼 즐거운 것을 하고 있다면 당신의 역경은 견딜만 한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지혜를 더해서 지금 겪고 있는 비바람을 극복하면서도 그 길을 계속해서 걸어서 당신의 미래를 아름답게 할 만큼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를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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