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18 21:23
아름다웠던 삶! 한석분 집사를 추모하며
얼마 전 아름다운 삶을 사시던 거인 같은 분이 세상을 떠났다.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그녀는 인간적으로 참 외로운 사람이었다. 9살 때 뇌염모기에 물리면서 뇌병변장애를 입어서 중증장애인이 되었고 입은 벌어져서 침을 흘리고 손을 움직여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발가락을 사용해서 모든 생활을 하는 분이었다.
장애가 너무 심해서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고 장애인들끼리만 사는 생활시설에서 오랜 시간 살았기에 말년에 건강이 너무나도 악화되었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결코 다시 시설에 들어가 살고 싶지 않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녀는 가정에서 홀로 생활하기를 선택했고 나빠진 건강 때문에 몸의 중심을 못 잡고 넘어져서 응급수술이 필요할 때에도 가족들은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거부했기에 밀알이 대신 보호자가 돼서 뇌수술을 해야 했고 더 나빠진 건강 때문에 수회에 걸친 응급실과 병원의 입 퇴원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어느 병원 중환자실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아주 오래전에 가족으로부터 버려졌기에 어쩌면 당연할 수 있지만 시신 인도를 거부하는 유족들의 의사를 확인한 다음 밀알이 상주가 되어서 홀로가신 분을 위해서 장례를 치렀다.
그녀를 하나님께 보낸 이후에도 그녀에 대한 잔상이 나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장애인목회를 하면서 장애를 가졌지만 비장애인들을 부끄럽게 할 만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자매님은 나에게 있어서 예수님의 형상을 한 분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어린시절에 그녀를 무서워했다. 장애가 너무 심해서 아이들이 처음 보았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고 도망을 다녔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자기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발가락을 사용하여 아이들에게 만날 때 마다 사탕을 선물하기 시작했고 이런 마음이 결국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우리 아이들이 모든 장애인들에게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었다.
나는 그에게 준 것이 없었지만 그녀를 만난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얻었다. 처음에는 장애를 가진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다가가지만 사람들은 이내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돕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부터 위로 받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돌아가게 된다. 그랬다. 그녀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세상의 어떤 사람들보다 많은 영향을 사람들에게 끼진 사람이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고, 사랑으로 섬긴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보여줬고, 선물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자신의 가진 재물의 크기만큼이 아닌 것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어려운 장애와 싸우면서도 진정한 믿음의 사람이 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보여줬다.
그녀가 떠난 다음에 나는 그녀의 유지를 따라서 그녀가 남긴 유산을 세상과 나누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했고, 그 뜻을 어린시설부터 단절되었던 유족 측에 그 뜻을 전달했다. 그녀가 세상에 있는 동안 남긴 재산은 가재도구와 영구임대 아파트 보증금 얼마가 다였지만 이 뜻을 전해들은 유족들은 영구임대 아파트 보증금 중 일부를 그녀를 위해 내 놓기로 했다. 이렇게 남겨진 그녀의 유산은 그녀가 그 심한 장애를 가지고도 섬기면서 살았던 뜻을 기억하고 그녀를 본받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사용한 장학기금으로 활용하기로 결정을 하였다. 장애를 가지고 살다가 남기고 간 유산이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선생님 율법 중에서 어느 계명이 크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마태복음 22:36-40]
평안밀알선교단/복지재단 대표 한덕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