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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09 23:51

아프칸사태에 따른 교계지도자들의 담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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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옥한흠 목사 등 “신앙의 자유 박해하는 이슬람 유감”
교회 지도자 13인 피랍사태 입장 발표 “탈레반의 행위는 범죄” [2007-09-07 11:10]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이후 교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김명혁, 박종화, 손인웅 목사 등 교계 지도자 13명이 7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독교인들이 취해야 할 자세’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담화문을 작성한 김명혁 목사 등은 극단으로 치우친 여론과 언론의 교회 비판을 의식한 듯 중립적인 시각에서 이번 사태를 정리했다. 이들은 ▲피랍자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 ▲제2차 피랍사태 방지를 위한 위기관리 필요성 ▲쌍방적인 선교 자세 ▲반인륜적인 탈레반과 교회의 자세 ▲이슬람과 세계 종교와의 관계에 대한 균형적인 자세 등을 강조했다.

특히 13명의 교계 지도자들은 이슬람의 배타성에 대해 “이슬람 국가가 모슬렘들이 타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금하고 타 종교로 개종할 때 극심한 박해를 가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인간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종교를 빙자한 정치적 정복이 이루어지는 것도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기독교는 물론 세계 종교는 여러 가지 상이한 역사적 배경과 환경 때문에 적대감을 품고 있는 세계 모든 민족과 모든 종교인들에 대해서 포용적인 자세를 지니고 모두의 친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프간의 탈레반에 대해 강력히 비판한 13명의 지도자들은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려고 간 한국의 ‘봉사단원들’을 납치하여 억류하고 고통을 가하며 일부를 살해한 탈레반의 행위는, 이슬람의 코란 정신은 물론 인류의 보편적 생명 존중 정신에도 역행하는 만행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들은 또 “그 어떠한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동기도 그들의 비인륜적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 행위였음을 지적하며 다시는 그런 만행을 범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복수의 칼을 갈 것이 아니라 신앙의 선배들이 보여 주었던 ‘용서를 넘어선 사랑’을 몸으로 나타내 보여 줌으로 하나님 나라 실현의 일익을 감당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탈레반에게 피랍되어 41일 만에 풀려나 한국으로 돌아온 샘물교회 봉사단에 대해 “피랍의 고통을 겪은 봉사자들을 무작정 죄인시하며 정죄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동시에 저들을 영웅시하려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아프간 사태 이후 우리들이 취하여야 할 자세”

아프간으로 갔던 샘물교회 ‘봉사단원’ 23명이 지난 7월 19일 탈레반에 의해 억류된 후 40여 일 동안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저들의 안전 귀환을 위해 간절히 기원하며 모든 수고와 노력을 다 기울였다. 결국 정부 당국의 다각적인 협상 노력과 온 국민들의 간절한 성원, 그리고 유엔을 비롯한 세계 우방국과 이슬람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한국교회의 합심된 기도에 의해 9월 2일, 2명의 희생자를 제외한 21명이 모두 고국과 가정의 품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교회와 한국국민들이 보여준 이해와 인내와 협조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특히 정부 당국이 쏟은 모든 수고와 노력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이제 우리는 아프간 사태 이후 우리들이 취하여야 할 자세와 우리들이 하여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려고 한다.

첫째, 인질로 억류되었다가 풀려서 돌아온 ‘21명의 봉사단원들’과 저들을 파송한 샘물교회와 비자 발급에 협조한 한민족복지재단에 대한 자세이다. 우리는 정부 당국의 충고를 무시하고 테러 위협에 대한 안전문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봉사단원들을 무리하게 파송한 샘물교회와 비자 발급에 협조한 한민족복지재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리고 봉사단원들이 아프간 현지에서 무리한 일정과 부주의한 가이드를 하도록 방치한 인터콥 선교단체의 숨은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따라서 저들은 저들의 잘못을 국민과 교회 앞에 사과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도적 도움이 필요한 아프간 사람들에게 도움과 사랑의 손길을 펴기 위해서 자신들을 희생하며 달려간 우리 젊은 봉사단원들의 숭고한 정신과 헌신을 높이 평가하며 저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봉사의 동기가 순수하면 그 과정과 절차도 안전하게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피랍의 고통을 겪은 봉사자들을 무작정 죄인시하며 정죄하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동시에 저들을 영웅시하려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봉사단원들의 조속한 치유와 회복을 기원하며 앞으로 저들이 우리 사회와 세계에 꼭 필요한 사랑의 봉사자들로 보다 훌륭하게 사역할 수 있도록 저들을 격려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질들 중 희생당한 고 배형규 목사와 고 심성민 형제의 부모들과 가족들이 지닌 극심한 슬픔과 아픔에 동참하며 우리는 저들과 함께 슬픔과 아픔의 눈물을 흘린다.

둘째, 억류되었던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온 국민들이 보여준 깊은 이해와 인내와 협조에 대해 그리고 특히 한국정부 당국이 쏟은 모든 수고와 희생과 노력에 대해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동시에 봉사단원들을 모집하여 파송한 교회와 이들을 도운 단체뿐 아니라 우리 한국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느끼면서 모든 염려와 수고와 희생과 고통을 안겨드린 국민들과 정부 당국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 앞으로 이와 같은 불행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한국교회는 단기 봉사단원들을 파송하는 데 철저한 교육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아니 지금도, 성장과 부흥 위주로 치달으며 무의식 중에 우월적 자세를 취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취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깊이 뉘우쳐 회개하며 앞으로 보다 겸손하고 보다 낮은 자세를 가질 것을 다짐한다. 우리는 목회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한국교회가 이를 자발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또한 국내에 와 있는 이슬람 국가를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펼 것이다. 그리고 정부 당국이 앞으로 위기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기를 바라며 한국교회도 위기관리의 과정에 책임 있게 동참할 것을 다짐한다.

셋째, 선교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와 자세를 지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성경에는 복음을 전파하라는 ‘지상 위임령’(Great Commission)과 서로 사랑하라는 ‘지상 명령’(Great Commandment)이 있고 따라서 선교에는 복음을 선포하는 ‘전도’와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는 ‘봉사’가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러므로 정치 문화적 여건이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병원이나 학교를 세우는 사랑의 봉사도 선교의 한 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단기 봉사든 장기 전도든 선교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는 현지인들을 이해하고 품고 섬기려는 겸손하고 낮은 자세이다. 선교의 주인이 되시는 예수님께서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선교에 대한 지나친 열성으로 인해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며 선교 현지인들을 이해하고 품고 섬기는 대신 가르치고 돕고 다스리려는 ‘우월적’ ‘정복적’ ‘배타적’ ‘일방적’ ‘과시적’ 및 ‘경쟁적’인 태도를 취한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래서 현지에서 장기적으로 현지인들을 겸손하게 섬기며 봉사하고 있는 성실한 사역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힌 경우도 많았다. 우리는 이와 같은 잘못된 자세를 깊이 뉘우쳐 반성하며 앞으로 현지인들의 삶의 양식과 정서를 깊이 고려하고 존중하는 보다 겸손하고 조용하고 쌍방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넷째, 아프간의 탈레반에 대해 균형 잡힌 자세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에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펴려고 간 한국의 ‘봉사단원들’을 납치하여 억류하고 고통을 가하며 일부를 살해한 탈레반의 행위는 이슬람의 코란 정신은 물론 인류의 보편적 생명 존중 정신에도 역행하는 만행임을 분명히 밝히며 그 어떠한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동기도 그들의 비 인륜적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는 범죄 행위였음을 지적하며 다시는 그런 만행을 범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그들의 만행을 규탄하며 복수의 칼을 갈 것인가? 기독교와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것을 금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5:44)고 말씀했기 때문이다. 선교는 십자군적인 공격이나 정복이 아닌 십자가적인 희생과 죽음이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마시우라”(롬12:20)고 분부했다. 우리는 문명 충돌과 종교 및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세상을 향해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용서를 넘어선 사랑'을 몸으로 나타내 보여줌으로 하나님 나라 실현의 일익을 감당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로 이 땅에 평화와 화해를 이루는 일에 적극적으로 헌신할 것을 다짐한다.

다섯째, 이슬람과 세계 종교와의 관계에 대해 균형 잡힌 자세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한국 안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지도자협의회’ 등을 통해 7개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종교인들간의 교제와 협력을 도모하며 사회와 세계 안에 평화 실현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슬람 지도자도 방청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이름으로 ‘아프간 인질 석방 촉구’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다 종교 사회 안에 종교 전쟁이 없이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이슬람 국가가 모슬렘들이 타 종교로 개종하는 것을 금하고 타 종교로 개종할 때 극심한 박해를 가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를 빙자한 정치적 정복이 이루어지는 것도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기독교는 물론 세계 종교는 본래부터 민족과 종교와 문화를 초월해서 모두를 품는 세계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여러 가지 상이한 역사적 배경과 환경 때문에 적대감을 품고 있는 세계 모든 민족과 모든 종교인들에 대해서 포용적인 자세를 지니고 모두의 친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2007년 9월 7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김명혁 목사, 박종화 목사, 손인웅 목사, 이정익 목사, 강승삼 목사, 권오성 목사, 손봉호 교수, 옥한흠 목사, 유재필 목사, 이동원 목사, 이종복 감독, 전호진 목사, 최희범 목사 등 13명


박종배 기자 jbpark@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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