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이 많아질수록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의 아픔과 더불어서 그 가족의 아픔을 가슴에 품게 됩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부모님들은 장애아동을 출산하는 그 순간부터 모든 사람의 죄인으로 살아갑니다. 시부모님에게는 잘못된 며느리가 되고 동내 사람들에게는 별로 가까지 하지 못할 이상한 아이의 부모취급을 받고, 또 친구들과는 어울릴 수 도 없고, 심지어 남들 잘 가는 극장이나 식당조차 갈 수 없게 되는 저주 아닌 저주를 가지고 사는 그런 사람이 바로 장애인의 부모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말 못하고, 누워만 있는 어린아이의 장애를 인정할 수 없어서 아이를 등에 들추어 업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찾아다닌 병원만 해도 수 십 군데가 넘고, 결국 내 아들과 딸이 장애를 가지고 평생 살아야 한다는 절망적인 소리를 듣고 특수학교에 입학하고 또 십여 년을 물리치료다, 언어치료다, 인지치료다, 놀이치료다 하는 식으로 아이의 치료를 위해서 훌쩍 날려 보내 버립니다.
그러다보면 장애를 가진 자녀는 어느 덧 성장해서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고, 부모는 더 이상 장애를 가진 자식과 함께 할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어떤 가족도 부모처럼 자식을 돌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쯤에 그 어머니는 남편과 이야기를 합니다.
“여보 우리 죽을 때 이 아이도 함께 죽읍시다.”
그리고 어떤 부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철수보다 내가 하루만 더 산다면 내가 소원이 없을 텐데.”
많은 부모님들은 장애를 가진 친구의 형제에게도 가족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책임지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든 다음에야 깨닫게 됩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장애를 가진 형제를 책임 질 수 있을 만큼 인생이 여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자기 한 사람 추스르기도 힘든 그런 형제에게 장애를 가진 형이나 동생이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큰 짐이라는 것을 무모는 알기에 더 이상 비장애 자녀들에게 장애를 가진 형제를 책임지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한을 가지고 인생을 마감하게 되는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아마도 지금 나는 너무나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금 이 종이 위에 써 내려가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절망에 사로잡힌 부모님들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평안밀알선교단의 미래를 결정하는 “2014 밀알 비상 프로젝트의 밤”이 있었습니다. 이 밤에 우리는 모든 사역자들과 함께 ‘사람들이 기대하는 밀알은 어떤 곳일까?’라는 주제의 토론을 했는데, 이 토론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매우 당연하지만 의미 있는 밀알의 미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을 말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한 사역자가 적어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평안밀알은 장애인의 부모님이 안심하고 먼저 눈을 감을 수 있는 기관이 되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바로 그것이다. 바로 그게 하나님의 사랑이다.’라는 감탄을 했습니다.
밀알이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모든 장애인이 행복해지는 그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부모님이 안심하고 자녀를 맞기고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미래의 밀알은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가장 큰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장애부모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한 마디를 쓰라고 한다면 나는 자신 있게 ‘자식을 놓고 먼저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이유는 밀알 때문입니다.’라고 분명하게 적을 것입니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이사야 49장 15절>
김정숙: 평안밀알!그리고,한 덕진 목사님,이 혜진 전도사님,사역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고맙습니다,사랑 합니다.!!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