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18 00:29
어떤 기울어진 생각은 사람을 죄인이 되게 합니다.
평안밀알선교단/복지재단 한덕진목사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도움을 받는 사람이지 도움을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적인 장애를 가진 장애인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되는 사람이고, 지체장애를 가진 사람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신체적인 장애를 가졌기에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심신의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어떤 잘못된 일들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무조건 장애인들에게 전가하기도 합니다. 당신들이 없었을 때는 이런 일들이 없었는데 당신들이 있으니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라고 우리를 죄인 취급하는 일들이 생겨나곤 합니다.
얼마 전에 건축을 하고 있는 곳 근처로 임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40여명의 대 부대가 이사를 왔는데 식구들의 숫자에 비해서 화장실이 너무 작아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40여명의 식구들이 하나의 화장실을 사용해야 되는데 마치 매일 화장실 전쟁을 치루고 있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사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1층 옆집에 새들어 사는 사람이 우리 사무실에 찾아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우리에게 경고성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인 즉, 우리 밀알의 장애인들이 이사 온 후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변기에 화장지를 너무 많이 넣어 자신의 가게 1층의 화장실이 막혀서 변기에 물이 역류하니 조심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을 우리 밀알의 간사들은 우리 중 화장지를 가장 많이 쓰는 친구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정말로 이 친구 때문에 화장실이 막히는구나하고 주의하겠노라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며칠이 안돼서 옆집 사람은 다시 찾아왔고 우리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경고성 부탁을 하였습니다. 급기야 우리는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역사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화장지 배급제를 실시하기로 하였습니다. 밀알의 대다수의 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지만 옆집과의 평화를 위해 우리는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화장지 배급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불편하게 몇 일이 지난 후 나는 놀라운 소식을 직원을 통해 듣게 되었습니다. 내용인 즉은 옆집 화장실 변기가 막힌 이유가 위층에 있는 밀알의 화장실의 화장지 때문이 아니라 건물전체의 정화조에 문제가 있어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우리 직원은 너무나도 억울하고 황당하고 속이 상해서 옆집 주인이 듣든지 못 듣든지 우리 식구들에게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답니다. “여러분 화장지 변기통에 버리지 마세요. 우리가 화장지 많이 버려서 옆집 화장실 막히면 안되잖아요.~~”
옆 집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었는지 조용히 사무실을 찾아와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고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허탈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한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좋은 일 하시는 분들 같은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돼지요.’라고 정중히 충고하고 돌아갔던 사람이 불과 몇 일이 되지 않아 우리 사무실을 찾아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좀처럼 가라 않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들이 이사 오고 나서 안 좋은 일이 발생하니까 당연히 그 일을 앞뒤 분별 못하는 장애인들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찾아와서 항의하는 사람이나 우리 아이들 중에 휴지를 많이 잘라 변기에 넣는 친구가 있으니 당연히 우리가 잘못했다고 자발적으로 우리 죄를 인정하는 밀알의 사역자들이나 모두가 이 세상이 만들어 놓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는 큰 담에 깔린 불쌍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가진 장애와 관계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우리를 수용해주시고 사랑해주시지만 이 세상의 사람들은 언제쯤 우리 식구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잠기면서 젊은 목사는 주님의 십자가 아래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립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 세상에 사람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사라지게하시고 누구나 하나님 앞에서처럼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는 그런 주님의 나라를 이루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