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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섬김의 평안밀알복지재단
생명의 봉사 · 사랑의 봉사 · 섬김의 봉

 

 

기도편지

 

 

 

13-09-13 11:18

짧은 만남 긴 생각

한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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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밀알의 화요모임에 새로운 식구 한 친구가 왔다. 그 친구는 아직 젊은 친구였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친구다. 일반학교에 다니고 졸업을 했는데 지적인 부분에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졸업한 일반학생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불가능했고, 단지 어울리는 친구들이라고 한다면 당시 함께 특수반에서 공부했던 장애친구들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 밀알의 모임에 처음 나왔는지를 물어보니 주변에 살고 있었던 다른 장애인 부모님의 권유를 받고 나오게 되었단다. 그런데 와 보고서는 이 도시에도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정말 놀라운 모임이라고 고백을 한다. 이렇게 많은 장애인들, 그리고 우리 아이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봉사자들과 이렇게 즐겁게 모임을 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렇게 함께 이야기를 하던 중에 어머니는 아이에 대한 걱정을 털어 놓는다. 그 걱정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느끼게 되는 것인데 부모가 떠나면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하나?’라는 것이다. ‘부모가 있을 때는 부모니까 끝까지 자녀를 책임지고 간다고 해도 부모가 떠나면 형제들에게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지요.’라고 이야기를 한다.

‘오빠는 지적인 수준과 사회성이 떨어지는 우리 아이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곤 해요.’ 이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도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오빠가 동생을 책임지겠느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었다. ‘지금은 그래 보여도 아이들이 크면 좀 달라집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이야기를 한 후에 안심을 시켜서 돌려보냈다.

그 날 나는 내가 처음 장애인들을 만났던 1994년을 떠올려 보았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그 때와 지금을 떠올려보면 왠지 좀 허탈해지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장애인들을 처음 만나던 그 때에 장애인을 위한 봉사자가 듣는 상식같은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 아이가 나보다 하루만 일찍 천국에 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다시피 이 말의 뜻은 형제도, 가족도, 그리고 국가와 사회와 이웃도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를 책임져 중 수 없으니까 아이를 돌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자녀가 자신들보다 하루는 일찍 세상을 떠나야만 부모로서 걱정하지 않고 눈을 감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누가 자녀를 짐이라고 여기고 살겠는가? 하지만 부모에게는 이렇게 무거운 짐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부모는 이 버거운 짐을 지고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냥 ‘평생이라는 길’을 간다. 그리고 그 ‘평생이라는 길’을 가면서 끝까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왜냐하면 혹시나, 혹시나 이 무거운 짐을 대신 져줄 수 있는 그 어떤 곳이 있는가? 찾아보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편히 눈을 감을 수 없다는 생각이 사무쳐서이다.

20년 전이나 20년 후나 왜 부모들은 여전히 절망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 사회는 여전 그 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그들이 누려야할 행복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장애인들을 만난지 20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처음 만났던 그 때의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을 ‘아직도’라는 한 단어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장애인들의 삶에도 무엇인가 결실되는 것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은 세상이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세상이 한 번에 바뀌는 기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요즘 세상의 삶이 좀 더 팍팍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의 마음도 많이 움출어들어 있는 듯하다. 경제적인 여유도 예전만 못하고 세상 인심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20년 전에는 마음 따듯한 사람, 장애인 가정에 한 번 찾아와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형편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 왜 드는 걸까 생각해본다.
이 좋은 시대를 살면서 퍽퍽해진 마음을 탓하며 옛날 사람들의 수수한 동정의 마음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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